우리 국민의 건강은 미국정부가 지켜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성명이 발표된 이후.. 미국측의 지지성명이 있었으니 쇠고기 개방과 관련한 재협상도 이제 더이상 필요없게 된 것이 아니냐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되니 씁쓸한 마음이 드네요. 국민의 건강과 관련된 조치의 행사여부가 협정 상대국의 지지성명 하나에 좌우되게 된 현실을 부끄러워 하지는 못할 망정.. 이런 구두합의 하나가 그동안 제기되었던 쇠고기 협정상의 수많은 문제점들을 가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관계자들이 재협상 무용론의 근거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이번 성명은 과연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믿을만한 것일까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은것 같습니다. 아무리 구두로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 명문화가 되지 않고 구두합의단계에 머무른다면 그 내용이 실제로 이행되거나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 그 종국적인 실행을 담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번에 발표된 미국측의 성명 자체도 자세히 살펴 보면.. 미국정부가 그때그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여기 저기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미 무역대표부의 성명중에서 관련된 부분을 발쵀해 보았습니다.
이상의 규정이 신중하게 적용되고 어떠한 식품안전 조치도 과학에 근거를 둘 것이라는 전제 아래 WTO 모든 회원국은 또 이상의 규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미국은 GATT 20조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충족될 경우 한국이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이 규정이 보호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네. 맞습니다. 위 성명에 따르면 어떠한 식품안전 조치도 과학에 근거를 둔다면, 그리고 GATT 20조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충족된다면, 우리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식품안전 조치의 일환으로 수입중단조치를 취할 수가 있게 됩니다. 하지만 국제무역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여 우리정부에서 GATT20조를 원용하여 수입중단조치를 취했다고 합시다. 이후 상황이 어떻께 전개될까요 ? 아마도 피해를 보게 될 미국의 축산업계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국으로의 수출재개를 목적으로 미국정부측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정부의 입장에서.. 이러한 요구를 과연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요? 미국정부가 막강한 로비능력을 자랑하는 자국 축산업계의 이러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외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즉.. 결국 미국정부는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정부의 수입중단조치가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바로 위 성명에서 언급되었던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의 수입중단조치를 정당화시킬 충분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하겠지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긴 하였지만 OIE(국제수역사무국)의 미국의 광우병통제지위에 대한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 경우.. 수입중단조치를 취한 우리정부는 미국측에 과연 어떠한 항변을 할 수 있을까요? 한미 양자간 협정에서 명문(이번 쇠고기 협정문의 제5조)으로 광우병통제정도에 대한 판단권한을 국제무역사무국(OIE)에 전적으로 넘겨 주고 있는 우리정부의 입장에서 과연 그런 OIE의 판단이 옳지 않다는 주장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을까요..?
글쎄요. 협상의 주무부처였던 농림부관계자가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킬만한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했기에(?) 차선책으로 국제적 표준(?)으로 인정되는 OIE의 기준에 의지하여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고 누차 밝혀온 마당에.. 우리 정부가 OIE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하고도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미간 구두합의에 따라 광우병발생시의 수입중단조치가 확보(?)되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된다는등의 이런 눈가리고 아웅식의 접근은 말 그대로 미봉책일뿐이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이런 사후약방문식의 조치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더 고려된 제대로 된 협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인데.. 이런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정부의 모습이 정말 너무나도 안타깝네요.
물론 이미 국가의 이름을 걸고 합의를 하였으니 재협상의 길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관련고시가 행해져서 협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 이전까지는 재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어제 전파를 탔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관한 MBC PD수첩 2탄의 말미에 나왔던 '송 기호' 국제통상법 전문 변호사의 인터뷰의 내용을 아래에 옮겨 보려 합니다.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정부에서 향후 광우병발생시 국제통상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입중단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진정 미국과 통상마찰을 무릅쓰고서 수입중단을 하려는 그런 용기가 있다면 그런 용기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 지금입니다. 이렇게 중대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에 비록 미국하고 합의는 했지만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지금이죠. 그리고 그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송 기호 변호사가 밝혔듯이 미국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농림부 고시가 행해져서 협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 이전까지는 미국과의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아직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말이지요. 아.. 제발 우리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이 마지막 기회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에 대해 재협상 요구를 하는 것이 물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더 부끄러운 일은 국민의 건강을 돌보아 주어야 할 국가가.. 되려 국민건강에 반하는 잘못된 약속을 했으면서도..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덧붙임) 언론보도를 보니.. 15일로 예정되었던 농림부 장관 고시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농림부 장관에 따르면 고시에 대해 334건의 의견제출이 들어와 있어서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하네요. 연기이유가 석연치 않기는 하지만.. 일단 연기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발 국민 하나하나의 의견이 잘 검토되어 국민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믿음직한 수입위생조건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① : 美 "`문제되면 수입중단' 한국방침 수용"(종합)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② : <슈워브 USTR 대표 성명 전문>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③ : <한미 검역주권 인정 구두합의..실행보장이 관건>
※ 관련 기사 (from 머니 투데이) 링크 ④ : 한 "美수입중단 수용, 쇠고기 논란끝내야"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⑤ : 鄭농림 "쇠고기 장관고시 연기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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