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후회할 일이 없기를..

아.. 정말 답답합니다.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보니.. 농림부에서는 원래 예정했던대로 5월 15일에 고시를 할 것이라고 하네요. 왜 이렇게 허점이 많은 협상결과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시고 관련 고시를 강행하려 하시는지요. 이 상태로 고시가 되어버린다면.. 그 즉시 이번 협상문의 효력이 발생되므로(※ 고시가 효력발생의 조건이라고 합의문에 명시되어 있음) 이후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되는 것인데.. 제발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이 담겨 있는 컵의 이미지

엎질러진 물을 바라보며 후회하긴 정말 싫어요.. 아직은 엎질러지지 않았으니 제발 다시 생각해 주세요..



언론 기사에 따르면 이대로 고시가 발표된다 하더라도.. 차후에 미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에는.. GATT 20조 b항의 예외조항에 근거해서 수입중단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시는데.. 국제법전문가가 아닌 제 눈에도 이 논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반법과 특별법중에서 특별법이 우선한다는 것은 법체계에 관한 주지의 사실입니다. 특별법에서 쌍방합의하에 행사하지 않기로 즉 포기하기로 되어 있는 권리를 일반법에서 어떻게 보호해 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여기서 특별법에 해당되는 것은 이번 협상문이고 일반법에 해당되는 것은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20조입니다. 그리고 특별법에 해당하는 이번 협상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OIE(국제수역사무국 : Office international des épizooties : 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에서의 미국의 광우병통제국 지위에 관한 판단에 변화가 없다면 수입중단을 할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위험통제수준에 대한 판단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OIE이지요. 즉 이번 협상문상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판단하에 수입중단을 할 수 있는 권리는 포기되어 있다는 뜻과 마찬가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울 이미지

일반법보다는 특별법이 우선입니다..


만약에 현재 입법예고된 바 있는대로의 내용으로 고시가 강행되어 이번 미국과의 합의문에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리고 그 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되자 우리나라가 GATT 20조를 원용하여 수입중단조치를 취했다고 할 경우를 상정해 봅시다. 이럴 경우.. 미국에서 가만히 있을리가 없지요. 즉 이런 경우.. 당사국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정부는 국제법 논리를 주무르는데 이력이 난 최강의 분쟁상대를 과연 어떤 법적 논리를 근거로 이길 수 있을까요..
 
WTO(국제무역기구 : World Trade Organization)의 분쟁조절절차에 이 분쟁이 회부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승소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장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타당한 법적 논리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분쟁절차에서 우리정부에게 "당신들 스스로가 권위를 인정한 국제 수역 사무국 OIE에서는 여전히 미국의 광우병에 대한 통제수준이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당신 나라는 왜 수입중단조치를 했는가?" 라고 물으면 당국자들이 도대체 어떤 방어를 하실 수 있을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WTO 로고 이미지

WTO 로고

OIE 로고 이미지

OIE 로고


미국에서 정말로 심각한 수준의 광우병의 대량발병사례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이 경우에는 OIE에서도 미국의 위험통제국의 지위를 당연히 강등시키게 될 것이니 WTO까지 갈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만..) WTO에서도 국제 기구인 OIE의 판단을 존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양자간 협상에서 양 당사국이 그 권위를 스스로 인정하고 판단권을 넘겨주었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다시 말해서.. GATT 20조 일반적 예외조항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협상에서 미리 포기하겠다고 합의해 놓고서는.. 나중에 중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 하여.. 수입중단조치를 취했다면.. 이 수입중단조치에 대해 GATT 20조의 적용을 받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입중단의 선결조건을 OIE라는 국제기구의 판단에 맡긴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 예외조항(GATT 20조 b항)의 적용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셈이 아닐까요.. 제대로 된 협상이라면.. 이러한 중대한 변경이 있을 것을 미리 예상하여 그에 대한 대응책을 협상문 자체에 반영시켜 놓았어야 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위험성여부에 대한 판단주체를 OIE가 아닌 우리나라로 했던가요.

도대체 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시는 예정되로 하되 그 이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입중단조치를 하시겠다니.. 이 무슨 답답한 말씀이신지.. 다른 것도 아닌 국민건강에 관한 문제에서.. 상황 발생전에 예방하겠다는 개념으로 문제에 접근하셔야지.. 상황이 발생하면 그제서야 수입중단조치를 취하고 개정요구를 하시겠다니.. 정말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악수하는 이미지

이미 합의한 내용을 무슨 수로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인지..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A)수입중단조치와 (B)개정요구를 한들 무슨 소용입니까?  (A) 만약 수입중단조치를 하게 되면 이러한 조치가 부당한 무역제한이라는 미국측의 주장에 의해 우리나라가 WTO에 제소를 당하게 되는 경우와 반대로.. 수입중단조치에 대응하여 미국측이 무역보복을 했을 때.. 이것이 부당한 무역보복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미국측을 제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던 이유로.. WTO의 분쟁조정기구에서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B) 또한.. 협정개정요구를 한다고 해도 미국측에서 그 요구에 성의있게 응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마치 외양간주인이 외양간을 미리 고치려 하지는 않고.. "설마 무슨 일이 있기야 하겠어? 일단 소를 잃게 되면 그 때 가서 외양간을 고치면 되지 뭐.." 하고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일본과 대만의 협상결과에 따라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논리 역시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논리를 주장하시려면.. 그에 앞서 우리나라의 이번 협상문은 아시아 다른나라들의 협상에도 불리한 여건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오히려 먼저 인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미국측에서.. 한국의 경우 전면개방을 했다고 하며 같은 아시아권의 다른 국가들에게도 보다 폭넓은 개방의 수위를 요구할 것이 뻔하니까요..

협상의 수석대표도 자인한 바 있습니다. "제가 수석대표로서 거기까지 챙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완전한 협상내용을 담은 고시를 굳이 공고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번 농림부 고시는 반드시 보류되어야만  합니다. 정말이지.. 더이상 후회할 일은 없기를..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랍니다.  


수입중단조치에 관한 한미 쇠고기 협정문상의 특정 표현은 이렇습니다.. 문제되는 부분이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참고하세요..


한미 쇠고기 협정 전문의 원본, 한글본과 GATT 20조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참고하세요..


고시보류 청원 페이지 >>>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44673


※ 관련 기사 (from 경향 신문) 링크 ① : 쇠고기 수입 중단 일방적 발표…국제사회 비판 우려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② : 鄭농림 "GATT 20조 근거로 수입중단 가능"
※ 관련 기사 (from 한국 일보) 링크 ③ : [쇠고기 청문회] 정부 "통상마찰 감수"… 여론 압박에 궁여지책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④ : 한총리 "상황 발생시 쇠고기협정 개정 요구" 
※ 관련 기사 (from 연합 뉴스) 링크 ⑤ : 김종훈 "日.대만 협상결과 따라 개정요구"


덧붙임 ) 제발 후회할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포털 사이트를 둘러 보니..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가득하군요.  마치 청문회를 일종의 면죄부라고들 생각하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협상에 대한 실질적인 재검토는 없이 공허한 립서비스성 발언들만 들릴 뿐입니다.

한편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조치라는 문제에 초점이 모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중요한 부분들이 묻혀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예전에는 수입이 금지되었던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역시 수입이 금지되어 왔던 광우병 발병 고위험물질의 수입이 새롭게 허용된 점도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중요문제라고 생각되는데..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조치에 대한 뉴스가 불거지면서 이러한 점들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정체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의 바람은 광우병 발생이후의 조치뿐만 아니라.. 안전한 월령과 부위의 쇠고기 수입의 담보나 적절한 검역조치등.. 협상 전반에 걸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협상내용을 개선하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까요..

아.. 이대로 고시가  공포되고 마는 거란 말입니까.. 제발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